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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 칼럼
언어의 신경흐름에 따른 영어교육 필요해
등록일 : 2019.09.22조회수 : 62645

우리나라는 영어교육에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고도 영어 후진국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필기시험 형태의 토플시험 점수는 높지만 듣기, 쓰기, 말하기, 독해 모두를 평가하는 인터넷형 토플시험(iBT)은 일년 전 보고에 의하면 세계 111등이다.


미국 아이들은 모국어 단어를 500개만 알아도 말을 잘한다. 그러나 우리는 5000개의 영어 단어를 알아도 영어를 잘 못한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우리가 언어를 습득하는 신경학적 발달 단계에 따라 영어를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말을 배울 때는 처음에 무조건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귀로 들은 말과 실제 존재하는 사물을 눈으로 일치시킨다. 음성과 사물을 일치시키면서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단어를 쓸 줄 몰라도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다음 들은 음성을 글자로 표현하는 것을 배운다. 즉, 영어를 습득하는 정상적인 신경학적 단계는 음성의 차이를 청각적으로 0.1초 내에 구분하는 음운론적 인식단계와 청각적으로 구분한 음성을 시각적으로 단어와 일치시키는 음향론적 인식단계, 단어를 어순에 따라 나열하는 어법단계, 단어의 접두사, 접미사, 어근을 구분하는 형태론적 인식단계와 문장을 듣고 전체를 파악하는 개념론적 인식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단계들은 유창한 영어 습득을 위한 불변의 단계이다.


그러나 우리 영어교육은 감각기관의 음운론, 음향론적 인식단계를 무시하거나 생략하는 형태로 이뤄져 왔다. 단어나 문법 암기, 문장 해석 위주의 인지중심 학습을 해왔기 때문에 신경회로 후반부만 활성화하는 훈련을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언어 처리과정의 연속적인 신경 흐름이 끊어지게 된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입에서 자연적으로 흘러나오는 언어 생성과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문장을 떠올려 입으로 말을 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디스렉시아(난독증)의 여러 원인을 조사해 보니 핵심적인 원인이 영어 습득 첫 단계인 음운론적 인식의 결핍에 있었다고 보고됐다. 그로 인해 정상적인 시간 내에 음성정보를 처리하지 못하고, 단어와 문장이 잘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언어를 처리하는 신경학적 정보 처리는 매우 빠른 과정이고 이를 위해 듣기 감각이 먼저 활성화돼야 한다. 그 다음 단계인 생각 중심의 인지과정은 매우 느리기 때문에 듣기 감각이 훈련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시간 내에 언어 정보를 처리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디스렉시아를 보이는 학생과 영어를 어려워하는 이민자를 위해 영어 습득의 신경학적 발달 순서와 언어 처리 속도에 맞게 영어 훈련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또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어 프로그램을 학습 부진아를 위해 정부 지원으로 제공하고 있다. 우리도 영어 사교육비를 줄이고 영어 공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영어 습득의 신경학적 순서에 따라 만들어진 표준화된 영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를 많은 학생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공교육 시스템에서 제공돼야 할 시기가 왔다
고 생각한다.